2008/05/19 04:37

인정해야지. 종종 폭력은 용서 가능한 대상이다.

1
  어떤 경우에라도 폭력은 용서받지 못한다는 친구를 보았다. 그 친구는 어느날 술집의 TV에서 연쇄살인범 검거 소식을 보고는 "저런 놈은 때려죽여야 해!" 하며 분개했었다. 아이러니! 말도 안 돼! 그에게 과연 폭력이란 어떠한 대상인 것인지 알 수 없어 어지러웠다.
  밥할머니를 폭행한 젊은이 관련 영상과 글을 몇 개 보았다. 반응들은 대충 일정한 경향을 지녔다. "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은 용서되지 못하니 저 놈은 때려죽여야 할 놈." 아, 이보다 더 모순적인 말이 또 어디에 있을까. 절대 불허해야할 폭력을 저질렀으니 우리가 그에게 폭력을 휘두르겠다는 괴이함. 차라리 가끔은 폭력을 허용할 수 있다고 대놓고 말을 하련다. 그래, 나쁜 놈을 때려잡는 폭력은 용서받을 수 있다.


2
  가 나쁜놈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. 누구에게 '우리'의 폭력을 행사할 것인가. 신중해야할 문제이다.
  가 알기로, 위 링크 동영상의 앞뒤 정황은 밝혀지지 않았다. 그럼에도 날 포함한 '우리'는 아무런 의심 없이 젊은이를 '나쁜놈'으로 택했다. 여기에 무엇이 영향을 주었을까. 우린 뭘 근거로 그렇게 판단한 것일까. 상대가 노인이었기에? 그건 아니었으면 싶다. 노인이 더 선善하다는 말은 좀 우습다. 노인은 악惡하지 않다는 절대명제라도 있는 게 아니라면 그건 좀 아니다. 그렇다면 김밥할머니 쪽이 약자라서? 약자의 기준은 무엇일까. 그 어떤 정보도 확인할 수 없었던 묵음의 동영상에서 우린 어떻게 누가 더 약자이고 더 악인인지 알아낸 것일까. 까놓고 말해서, 어떻게 우린 한눈에 선악을 가른 것일까.
  기까지 말하면 누군가는 이렇게 반응할 것이다.

"누가 더 약한지는 문제가 아니다.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용서받지 못한다. 젊은이 쪽이 惡이다."
  렇다면 난 위 1번 항목을 다시 들이밀겠다.
"당신도 인정할 것이 분명하다. 때로 폭력은 용서받을 수 있다는 걸 알잖은가?"
  야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. 젊은이의 폭력이 용서받을 수 있으려면 그만큼이나 할머니가 惡이었어야 한다는 건데, 과연 그걸 어찌 판단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.


3
  야기를 약간 옮겨 보자.
  머니와 젊은이가 아닌, 젊은이와 젊은이가 출연하는 동영상이었다고 가정해 보는 거다. 영상에는 아무런 소리도 없이, 오로지 한 젊은이가 다른 젊은이에게 달려들어 구타하는 장면만 찍혀 있다.
  젊은이 중 누가 惡인가?


4
  글을 읽는 분들이 오해는 말아줬으면 싶다. 위 링크 동영상의 젊은이는 나쁜놈이 맞다. 아마 십중팔구는 맞을 거다.
  지 난 아직 아무것도 사정을 알지 못하는 우리가 자연스럽게 젊은이를 惡으로 지목하게 된 과정, 그게 궁금할 뿐이다. 그 매커니즘 말이다.
  간은 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선악을 가를까? 무엇을 기준으로 폭력을 허용하는 걸까? 사정을 알기 전임에도 판단을 해냈다는 건, 논리적으로 해석하여 결정하는 것 이상의 무엇이 거기에 존재한다는 것일 테다. 직관이랄까? 조금은 다르지만 그와 비슷한 무엇 말이다. 측은지심? 아니면 또 다른 우주적인 무엇?


5
  지럽다. 그냥 궁금해서 묻는 건데,
  러분은 어떠한 상황, 대상, 시기, 문화, 성별, 연령, 기타의 잡다한 조건과는 상관없이 항상 善하거나 惡한 무엇을 하나쯤 말할 수 있으신지?


..PS..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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